1950년 제주의 정(情)
3부
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한집 또 한집 물어보며 소를 찾기 시작했는데, 주인이 없는 소가 마을 ‘리장’ 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야기를 더 듣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에 말에 따르면 소를 찾는다고 해도 그 소가 마을에 농사지은 밭을 돌아다니며 농사를 다 망쳐놓았기에 그것을 배상하는 것이 소보다 더 많은 돈이 들 거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소를 찾기 위해 ‘리장’ 집을 찾아가서 외양간에 있는 소를 우선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리장’ 집에 도착했고, 외양간에 있는 소는 우리가 키우던 소가 맞았다. 드디어 우리 소를 찾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그 작은 송아지가 북제주로 팔려갔고,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큰 소가 되었는데, 어떻게 수십 킬로미터가 되는 남제주로 올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소는 길을 따라온 것도 아니었고, 산을 넘고 또 넘어 자신의 고향을 찾아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소는 정말 대단한 영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영리한 소를 잡아먹고 있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리장’을 만나는 일이었는데, 그날은 리장이 마을 반장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회의가 진행 중이라 우리는 리장을 기다려야만 했고 밤 9시가 훨씬 넘어서야 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외양간에 있는 소가 우리가 키우던 소임을 이야기했고, 리장 역시 마을 사람들이 했던 말을 우리에게 해주었다. 피해를 본 농부들에게 피해보상을 하려면 소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거라고. 또한, 리장 역시 수개월 동안 소를 먹이고 키운 수고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그들의 피해를 보상해 줄 능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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