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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리드 : 이야기/아버지의 서랍장

1950년 제주의 정(情) 2부 - 홍의범

by WANNA READ 2022.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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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2부

내 나이 십 대 초반이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우리 아버지의 제자였던 한 분이 소 한 마리를 가져왔다. 그 소를 잘 키워 새끼를 낳게 되면 ‘반타작’이라고 해서 그 값을 나눠 가지자는 것이었다. 당시 그러한 소를 ‘맵소’라고 불렀다.

그렇게 우리 집은 송아지 때 받은 소를 정성을 다해 키웠고, 소는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그런데 소가 커서 새끼를 낳을 때쯤 갑자기 소가 사라져 버렸다.. 당시 제주도에는 소나 말을 방목했기에 종종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잊어버린다 해도 이삼일 후면 찾는 경우가 많았고, 늦어도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소가 알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을 돌아다녀 보며 소를 찾아보기도 하고, 기다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소는 수개월이 지나도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소를 주셨던 분에게 잊어버렸다는 말도 못 하고 속앓이를 계속해야만 했다. 당시 소는 큰 재산이었고, 만약 소를 찾지 못하면 배상해 주어야 했다.

그러다 마을에 소에 대해 경험이 많은 한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은 소가 태어난 곳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 즉 소의 고향을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제안이었다. 우리는 소의 고향을 수소문 끝에 알아낼 수 있었는데 우리 소는 남제주군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그곳은 우리가 살던 북제주군과 정반대 쪽인 곳으로 그 거리는 수십 킬로미터나 되는 곳이었다. 말도 못 하는 소가 어린 송아지 때의 기억으로 그 먼 거리를 찾아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었고, 이 말이라도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우리는 이 제안에 모든 희망을 걸어야만 했다. 그렇게 어머니와의 소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와 어머니는 남제주의 한 시골 마을로 가기 위해 수 킬로미터를 걸어야 했고, 버스도 세 번이나 갈아타야만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는 저녁이 되어서야 소가 태어났다던 남제주의 한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나는 과연 이곳에서 소를 찾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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