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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리드 : 이야기/아버지의 서랍장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진짜 자연인 5부

by WANNA READ 2021.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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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연인

글쓴이 : 홍의범


- 진짜 자연인 4부 -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진짜 자연인 4부

글쓴이 : 홍의범 - 진짜 자연인 3부 -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진짜 자연인 3부 글쓴이 : 홍의범 - 진짜 자연인 1부 -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진짜 자연인 1부 글쓴이 : 홍의범 상상할 수 있는가? 산

wannaread.tistory.com


그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 결혼 상대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당연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의 문제였다. 마을에서 그는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는 말없고 조용한 청년이었다.

 

당시 동네에는 오랜 기간 폐병에 시달리는 한 여인이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랜 기간 폐병에 시달린 그녀를 병원에서조차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 그저 그 병이 오랜 시간 지속되고 악화되어 말기라는 이야기만 전달할 뿐.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고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도중 오랜 기간 산에서 살고 내려왔다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동내에 아픈 사람들이 그에게 조언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그가 하라는 대로 했더니 아픈 곳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랜 기간 산에 살아서인지 약초뿐만 아니라 다양한 치료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그 치료법이 의학적으로 확실한 것인지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어린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그 험한 산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만의 수많은 노하우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물론 그는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지금이라면 당시 그녀가 앓고 있던 폐병을 쉽게 고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 폐병은 불치병이었어."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가 그를 찾아왔다. 결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딸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들고. 단 조건이 있었다. 딸의 폐병을 고쳐만 주면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도 동의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주인공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폐병을 고치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다행히도 그녀의 건강은 서서히 좋아졌다. 결국 그녀의 폐병은 완치가 되었고, 그렇게 그는 그녀와 결혼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연년생의 예쁜 두 딸을 선물 받았다.


그런데 그의 결혼생활이 평탄치 않았다. 현실적인 문제들은 그의 결혼생활에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소통은 관계에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이지만 그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소통이기도 했다. 그렇게 부부 사이에 생긴 그 틈은 서서히 넓어져갔다. 그리고 결국 그의 아내는 집을 떠나버렸다. 젖먹이의 아이들을 남겨두고. 

 

그에게 그날은 가장 큰 상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책임져야 할 두 딸이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상처 받은 기억, 그렇게 도망쳐 나왔던 일들, 산속 생활, 이 모든 것의 시작이 부모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 때문이었다. 그러했기에 자신의 두 딸에게는 결코 상처를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떠나갔지만 오랫동안 슬퍼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두 딸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쯤 그녀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웠던 것일까? 시간이 오래 지나서일까? 다시 나타난 그녀와 마주쳤을 때 이상하게도 밉지가 않았다. 그저 다시 나타난 그 모습에 반가웠다. 하지만 그녀는 두 딸과 이틀 밤을 보낸 뒤 다시 떠나갔다. 그녀가 두 딸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지금까지도 알 수가 없다. 그때가 그의 인생에서 그녀를 볼 수 있었던 마지막 날이었다.

 

그는 두 딸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었다. 배우지 못함으로 인해 세상이 주는 다양한 기회를 잃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최선을 다해 두 딸을 지원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두 딸의 교육을 위해 서울로 이사를 했고, 그렇게 두 딸 모두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었다. 

 

현재 두 딸은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삶을 책임지고 있었고, 그는 또다시 혼자가 되어 있었다.


그날 그를 만나고 난 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왔지만, 그의 이야기는 단연 최고였다.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이 당시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며칠이 지나 다시 찾아간 그곳에 그는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살던 원룸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간 상태였고, 그 아파트에 살고 있던 모든 세입자들은 집을 떠난 뒤였다. 아마 그도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내 나이는 벌써 일흔이다. 당시의 이야기가 아직도 내 마음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걸 보면 그날 받았던 감동이 컸다는 것을 증명한다. 나는 그 이후로 여러 번 그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를 다시 볼 수는 없었다. 만약 아직까지 그가 살아있다면 그의 나이는 팔십 대 후반쯤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나는 그를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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