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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리드 : 이야기/아버지의 서랍장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진짜 자연인 3부

by WANNA READ 202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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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연인

글쓴이 : 홍의범


- 진짜 자연인 1부 -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진짜 자연인 1부

글쓴이 : 홍의범 상상할 수 있는가? 산속에서 마땅한 집도 없이, 옷도 입지 않고, 신발도 신지 않으며, 대화할 사람 한 명 없이 그저 산에 사는 야생동물과 공생하고, 교감하는 삶을. 그러나 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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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자연인 2부 -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진짜 자연인 2부

글쓴이 : 홍의범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진짜 자연인 1부 글쓴이 : 홍의범 상상할 수 있는가? 산속에서 마땅한 집도 없이, 옷도 입지 않고, 신발도 신지 않으며, 대화할 사람 한 명 없이 그저 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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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밖이 소란스러웠다. 그것은 산이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평소와는 다른 소리에 깬 그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는 여러 대의 헬기가 지나가고 있었고, 그 헬기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뛰어내린 그들은 서둘러 낙하산을 펴고 있었다. 그들은 훈련받은 군인들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군인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낙하산이 점점 그를 향하고 있었다. 처음 듣는 요란한 소음과 그 상황에 놀란 그는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낙하산을 탄 군인은 하필 그가 숨어 있던 자리 바로 앞에 떨어졌다. 물론 이상했을 것이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울창한 숲 안에 누군가가 사는 것 같은 집과 터가 있으니. 아무리 단순하게 만든 집이었다 해도 야생동물들의 터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 군인은 그가 살던 장소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곳에 숨어있던 그는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몇 년 만에 만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군인은 그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군인은 처음 보는 생물에 큰 충격으로 총을 겨눈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 군인은 그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경직된 그의 말투에서 경계심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군인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많은 군인들의 정체는 바로 미군이었다. 그들은 특별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그에게 총을 겨눈 미군은 재빨리 동료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다른 미군들이 몰려와 하나둘씩 그에게 거리를 둔 채 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렇게 그는 미군들에게 둘러 쌓였다. 그렇게 그는 생포되었다.

 

꽁꽁 묶인 그를 태운 헬기는 어디론가 이동했다. 눈은 가려져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너무 두려웠다. 이렇게 죽게 되는 것일까. 처음 타보는 헬기의 소음도 너무 두려웠다. 기계음을 포함하여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은 여전히 사방에서 들려왔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렇게 헬기는 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미군 부대였다.


그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저 칙칙한 색의 벽뿐이었다. 앞에는 작은 탁자만이 그 방의 유일한 가구였다. 둘러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비교적 조용한 작은 방 안에 그는 홀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곧이어 미군들은 그가 대체 누구인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과 수염으로 뒤덮인 그를 모두가 신기하게 보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여전히 그의 귀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밝혀낼 수가 없었다. 

 

다행히 당시 미군부대에는 한국군 몇 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미군들은 한국군을 불러 그와 의사소통을 하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게 이름이 무엇인지, 고향은 어디인지, 부모님의 이름은 무엇인지, 왜 산 깊은 곳에 살고 있는지 등을 묻기 시작했다. 명확하진 않지만 그는 말을 할 수는 있었다. 이름 정도는, 부모님 이름 정도는, 어떤 곳에서 살았는지 정도는 간단하게 답할 수 있었다.

 

며칠 후 미군부대에서는 그를 이발시키고, 수염을 깎게 했다. 또 입을 옷도 준비해주었다. 오랜 시간 동안 입어보지 않았던 옷을 다시 입으려니 너무 불편했다. 다시 신발도 신어야 했다. 그렇게 미군부대는 그를 일반인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가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그를 원래 살던 고향으로 이송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그는 헬기에 태워진 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날 한 작은 마을은 충격과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미국군의 헬기를 타고 돌아온 그의 모습에 그의 부모와 고향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나는 궁금했다. 그의 귀환에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사랑받지 못했던 곳으로 돌아와야만 했던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누군가와 오랫동안 살아보지 않은, 그 익숙하지 않은 삶에 적응해야만 했던 그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 부모는 그에게 잘해줬을까? 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고향에서의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다시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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