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홍의범
- 진짜 자연인 3부 -
그가 고향으로 온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를 찾는 이들이 마을로 찾아왔다. 그들은 병사계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병사계란 병역 사무를 맡아보는 부서를 얘기한다. 그들은 군 기피자를 찾고 있었다.
그가 사라진 그날부터 그가 다시 돌아온 날까지 그의 생사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따라서 그는 행방불명자였다. 하지만 당시 그 고장의 병사계는 그를 군 기피자로 여겼다. 그가 돌아왔다는 소문이 퍼져 고장의 병사계에 들어갔고, 그들은 서둘러 그를 잡기 위해 마을로 온 것이다. 그렇게 그는 곧바로 군부대에 입소를 하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데, 군대와 같이 단체 생활이 중요한 환경에서 그는 어떻게 생활했을까? 나는 그의 군생활이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했던 그에게 군대라는 환경은 최악이었다. 그는 훈련의 거의 모든 부분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를테면, 우향우, 좌향좌 등의 기본적인 명령도 그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매일매일 그를 맡아 훈련시키는 소대장에게 맞는 일이 군 생활의 전부였다. 소대장은 매일 그를 녹초가 되도록 때리기 시작했다. 본인의 온갖 스트레스를 그에게 다 푸는 것 같았다.
너무 힘들었다. 어린 시절 혼자 집을 나와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혼자 적응해 살아남았던 그가 군생활만큼은 견딜 수가 없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매일 맞고, 무시당하며 사는 삶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그렇게 그는 죽기로 결심했다. 단 혼자가 아닌 소대장과 함께.
계획했던 그 날이 다가왔다. 모두가 잠들었을 밤, 그는 깨어있었다. 그는 조심히 소대장이 잠자는 곳으로 가 소대장을 깨우기 시작했다. '소대장님께 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는 소대장에게 잠깐 밖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소대장은 그가 돈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군 막사에서 점점 먼 곳을 향해 그와 소대장이 걷고 있었다.
군 막사가 잘 보이지 않을 때쯤 그는 같이 걷던 소대장의 멱살을 잡고 땅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소대장의 목을 누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산속에서 생활했던 그의 힘은 소대장을 압도했다. 소대장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왜 나를 괴롭히냐고. 단지 산에서 혼자 살아 말을 못 하는 것뿐인데 왜 때리느냐고. 잘못한 것이 없는데 도대체 왜 때리느냐고. 오늘 당신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소대장은 자신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렇게만 해주면 모든 훈련에서 열외 시켜 주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간곡한 어조로 말하는 소대장의 모습에 그는 소대장을 믿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소대장을 죽이지 않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았다.
결국 소대장은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는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일으킬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이든 그와 관련된 문제들은 결국 또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염려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는 약 3년 동안의 나머지 군생활에서 그 어떤 훈련도 받지 않았다. 소대장의 약속 아래 그를 위한, 그가 할 수 있는 다른 임무들이 주어졌으며, 비교적 편하게 군생활을 하다 제대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비록 죽을 계획을 세울 만큼 힘들었겠지만, 그 사건 이후 일이 잘 풀려서, 그래도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 그가 군대에서의 생활 덕분에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마치 그 어린아이가 빠르게 산속 생활에 적응해 나간 것처럼, 분명 그 이후의 군대 생활도 빠르게 적응해나갔을 것이다. 강제로 주어진 삶에 대한 적응이 빠른 사람이기 때문에.
군대 이야기를 다 끝낸 그는 차를 한잔 마시더니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혼자일 것 같은 그에게 두 딸이 있었기 때문이다. 늘 외롭고 고단했던 그의 삶에도 사랑이 있었다. 그가 그녀를 만난 건 군대를 제대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 5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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