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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리드 : 이야기/아버지의 서랍장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진짜 자연인 2부

by WANNA READ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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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연인

글쓴이 : 홍의범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진짜 자연인 1부

글쓴이 : 홍의범 상상할 수 있는가? 산속에서 마땅한 집도 없이, 옷도 입지 않고, 신발도 신지 않으며, 대화할 사람 한 명 없이 그저 산에 사는 야생동물과 공생하고, 교감하는 삶을. 그러나 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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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그가 가출한 달은 겨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겨울이었다면, 그는 분명 얼어서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산을 오르던 그 어린아이에게는 먹을 것도, 입을 여벌의 옷도 없었으며, 잠을 청할 장소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이 자신을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그 어린아이가 선택할 곳은 갈 곳 없이 떠돌다가 그저 눈에 들어온 산 뿐이었다.

 

사람의 생존 본능은 대단하다. 늘 배가 고파서 굶주림에 허덕였고, 아파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어린아이의 희고 고운 살들은 어느새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온갖 벌레들과 동물들에 시달려야만 했다. 자연은 그 어린아이를 품어주긴 했지만 자연 그대로의 방식대로 품고 있었다. 거칠었던 그 방식에도 불구하고 한 어린아이는 조금씩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그 삶에 익숙해져 갔다. 죽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다행히도 산은 그 아이의 건강을 빼앗아가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옷도 신발도 맞지 않게 되었다. 물론 입었던 옷도, 신었던 신발도 이미 해진 지 오래였다. 그때부터 그는 옷도, 신발도 없이 벌거벗은 채로 생활해야만 했다. 또한 머리도 제대로 자를 수가 없었기 때문에 헝클어진 채로 계속 길어져만 갔다. 거기에 수염도 자라나기 시작했다. 마치 한 마리의 야생 동물처럼 사람의 모습이 점점 지워지고 있었다.

 

그가 산에서 매일매일 습관적으로 했던 일이 있었다. 마음의 답답함과 혼자라는 그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그는 매일매일 자신의 온 힘을 다하여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면서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습관은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되는데, 어느 날 자신이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그가 무언가를 듣고 자랐던 시기는 짧았고, 글에 대한 배움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말이라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동물들과 이야기를 했고, 그것 또한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나는 주인공에게 질문했다. 이제 말을 하게 되었으니, 왜 즉시 인적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지 않았느냐고. 말을 할 수 있으니 도와달라고 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그러자 그는 그럴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이미 산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나름대로의 집도 있었고, 산이 주는 음식들도 있었다. 또한 그를 괴롭히던 벌레들과 동물들은 어느새 그의 친구가 되어있었다. 그는 야생동물들을 길들여보면서 마치 자신이 야생동물의 왕이나 된 것처럼 즐겁게 살았다고 했다. 물론 그는 어린 시절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겉모습은 야생동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질 때로 헝클어져 발까지 늘어졌고, 얼굴에 수염 역시 입을 다 가릴 정도가 되었다. 만약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분명 사람이 아닌 괴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그의 형태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한 마리의 야생동물과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큰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누군가가 그를 발견했던 것이다.


-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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