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특히 중2가 되면 학교에서의 공식적인 첫 시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시작된다. 어느 학원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때가 학원에서 A4용지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기인 것 같다.
지후는 A4용지로 뽑은 문제지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학생이다. 시험공부를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더 하겠다고 더 많은 문제를 나에게 요청했고, 별도의 주말 과제까지 정말 많은 문제지를 가져갔다. 그렇게 우리는 열심히 시험을 대비했고, 드디어 시험은 끝이 났다.
그렇게 시험이 끝난 뒤 학원에 처음 온 지후는 아주 큰 가방 하나를 메고 왔는데 그 안에는 시험지들로 가득했다.
‘선생님, 이 시험지들 어떻게 해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버리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지후가 말했다.
‘아까워요. 뒷면은 쪽지 같은 거 필요할 때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우리 학원에 종이상자가 생겼다. 학생들에게는 물론 개인 공책이 있지만, 공책만큼이나 쪽지나 메모지가 자주 필요하다. 그래서 A4용지, A4용지의 반 크기, 그 반의반 크기, 이렇게 3가지의 크기로 종이상자에 넣어둔다. 그런데 그런 종이는 내가 넣어두지 않는다. 난 그저 필요에 따라 크기에 맞춰 잘라놓을 뿐.
지후부터 시작된 이 재활용의 사이클은 다른 중학생들, 초등학생들까지 적용되어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종이상자에 학원에서 사용한 프린트물, 집이나 학교에서 사용하거나 받은 것 등을 넣을 수 있다. 그리고 메모지나 쪽지가 필요한 모든 경우에 그 종이상자에 들어있는 종이를 재사용한다. 나 역시 때에 따라서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뽑아야 할 때 이 재활용 용지를 사용한다.
종이상자에 들어가 있는 재활용 용지는 사용하는 것만큼 언제나 채워지고 있고, 채워진 만큼 아주 잘 활용되고 있다.
가르치는 용기
24. 사라지지 않는 종이
(WANNA READ, 워너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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