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큰 바윗덩어리
글쓴이 : 홍의범
어느 늦은 봄날이었다. 나는 어머니하고 형과 함께 보리 수학을 위해 밭에 나가서 일을 한 후 점심을 먹고 쉬고 있었다. 형은 피곤했는지 낮잠을 자기 위해 소나무 그늘을 찾아갔다. 소나무 밑에 그늘에는 큰 바윗덩어리가 있었는데, 형은 그 바윗덩어리 위에서 자세를 잡더니 누워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다시 일을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형이 일어날 시간이 되었는데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멀리서 아무리 불러봐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형을 깨우려고 소나무 그늘로 향했다. 그렇게 나는 그늘 밑에서 자고 있는 형을 깨우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깨워봐도 형은 깨어나지 않았다. 형은 마치 거의 죽은 사람처럼 축 쳐져있었다. 나는 그 순간 정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민가가 있는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 제주도 시골에는 차는 물론이고 전화도 없었다. 긴급한 상황이었지만 어머니와 나는 형을 업고 약 2km 떨어진 마을로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어머니도 몸이 좋지 않았고 나도 십 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형을 업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정말 힘이 없었다. 우리는 그저 어쩔 줄 몰라하며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나와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밖에 없었다. '제발 우리 형을 살려주세요.'
그런데 나의 간절한 기도가 응답되었는지, 마침 건장한 청년이 길을 지나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간절한 어조로 사람 살려달라고 그 청년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그 청년은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고, 그렇게 우리 형은 그 청년의 등에 업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에 도착하자 우리 주변으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분들이 민간요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혀 상상 못 할 일이지만, 내 기억으로는 당시 어떤 분께서 굵은소금과 생마늘을 빻아서 물에 넣어 가지고 오셨는데, 그 물을 급하게 형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축 늘어져 의식이 없던 형은 그 물을 먹고 난 다음 의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형은 본인 스스로 일어날 정도로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재밌는 사실은 그렇게 위험한 고비를 넘긴 우리는 다시 일을 하러 밭에 갔다는 것이다. 그렇게 남은 일을 조금 더 하다 집에 돌아온 적이 있다. 쉴 법도 한데 말이다.
이 일을 통해서 나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늘이라 해도 바위에서는 잠을 절대로 자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바위가 온기를 차단시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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