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시키면 대부분 물품들이 네모난 상자 박스에 담겨 택배로 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택배 박스는 크기에 따라 잘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잘 사용된다. 그런데 어떤 물품들은 네모난 상자 박스에 담기지 못해 특수 제작된 다양한 모양의 상자나 포장지에 담겨 온다.
어느 날 대형 포스터를 주문 제작한 적이 있다. 포스터는 대부분 구겨지면 안 되기 때문에 돌돌 말린 형태로 포장되어 배달되는데, 이번에 시켜본 포스터는 대형이었기 때문에 동그랗고 단단한 그리고 긴 원형 박스에 넣어져 배달되었다. 길이가 100cm 정도 되었다.
포스터를 꺼낸 뒤 단단한 긴 원형 박스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이 되었다. 길이가 길뿐 부피가 크진 않았기 때문에 사실 버리기에는 간단했다. 하지만 왠지 무언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교실 벽 한쪽에 세워두었다.
그런데 그날 유찬이가 채점을 다 하고 버려야 하는 종이를 그 원형 박스에 넣는 것이었다. 재밌게도 그 모습을 본 다른 학생들도 종이를 버리는 새로운 통인가 싶어 종이 쓰레기를 그 통에다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날 우리 학원에는 종이 쓰레기를 넣을 수 있는 독특한 원형 쓰레기통이 생겼다. 박스였기 때문에 종이를 채워 버릴 수 있으니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그날 이후로 학원의 모든 학생들이 종이 쓰레기는 그 원형 박스에다 버렸다. 종이를 넣어 차기 시작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힘껏 눌러 공간을 더 만들고, 또 종이를 버려 차기 시작하면 먼저 발견한 학생이 손을 넣어 꾹 누른 후 공간을 만들어 계속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이 원형 쓰레기통이 사용되고 있다. 종이가 아주 꽉꽉 눌러 담아진 원형 쓰레기통. 이제 남은 용량은 10% 정도 남았을까. 하지만 종현이는 아직까지 매일같이 종이를 꾹꾹 누르며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아직 더 넣을 수 있어요!"
가르치는 용기 3
62. 독특한 원형 쓰레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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