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오고 있었다. 프랑스에는 참 비가 많이 오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의 첫 일정은 비가 와도 크게 지장이 없는 베르사유 궁전. 우리는 오늘의 일정을 위해 베르사유 궁전과 가까이에 있는 캠핑장을 선택했는데, 41.45유로로 다른 캠핑장에 비해 비싼 곳이었다. 이곳에는 유독 캠핑용 자동차가 많았는데 대부분 장기 투숙객이었다.
어제 무리를 했는지 아님 비가 와서 그런지 더 피곤한 느낌이 들었지만 오늘 일정상 느긋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침으로 빵을 간단히 먹고 우리는 베르사유 궁전으로 출발했다.
# 베르사유 궁전
우리는 입구 근처에 주차를 하고 우산을 챙겨 저 멀리 보이는 베르사유 궁전 입구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베르사유 궁전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는데, 저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단체 여행객들로 그 입구가 붐비고 있었다.
파리 남서부에 위치한 베르사유 궁전은 루이 14세가 루이 13세가 지은 별장에다가 넓은 대정원과 건물을 증축하여 완성된 궁전이다. 그래서인지 들어가는 입구부터 궁전 안과 뜰까지 정말 넓고 화려했다. 궁전 안에서는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데 한국어로도 들을 수가 있어서 벽화나 가구들, 방, 침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사실 제공해주는 내용을 다 들은 것은 아니지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베르사유 정원은 정말 넓다. 양 옆과 정면으로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말 넓다. 그 넓은 곳에 심긴 나무와 꽃 관리는 또 어찌나 잘 되어 있는지. 게다가 그 사이에 호수가 풍경의 일품을 더한다. 이래서 프랑스의 대표 정원이라고 불리는구나 싶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이 정원에서 더 많은 사진을 선명하게 남길 수 있었을 텐데. 궁전 내부만큼이나 정원이 주는 감동도 역시나 컸다.
# 로댕 미술관
오늘은 루브르 박물관이 야간개장을 하는 날이기에 저녁까지의 시간이 조금 남았다. 뮤지엄 패스도 있고. 그래서 우리는 생각하는 사람 동상으로 유명한 로댕 미술관을 가보기로 했다. 로댕 미술관은 생각보다 그 규모가 작아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에 비해 관람시간이 크게 소요되지는 않았다.
로댕의 시작은 미술이었지만 조각에 더 관심을 보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여러 조각상이 많았다. 작은 정원에도 몇몇 조각상들이 있는데, 특히 생각하는 사람의 조각상이 있다. 크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로댕이라는 한 사람의 작품세계만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큰 장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적나라하기도 했지만.
로댕 미술관까지 구경하고 나왔지만 루브르 박물관의 개장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우리는 캠핑장 체크인을 먼저 하기로 했다. 그렇게 캠핑장에서 짧은 휴식을 가진 후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했다.
#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큰 규모의 박물관이다. 그만큼 전시물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내가 다시 프랑스를 간다면 루브르 박물관은 하루를 꼬박 잡고 다시 볼 생각인데, 사실 하루도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하기엔 모자란 시간이다. 그런 박물관을 야간개장으로 열린 저녁시간, 그 짧은 시간에 서둘러 봤다니.
나는 정말 예술 감각이 없는 사람이지만 루브르에 전시된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집에 하나 걸어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미술품이 주는 감동은 오르세 미술관에서 1차, 루브르 박물관에서 2차로 강하게 맞은 기분이었다. 어떤 작품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어느 정도 분명히 보이는 반면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작품들도 있어서 나름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마 그 그림에도 명확한 의미는 있었을 텐데. 알고 봤다면 좀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루브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무엇일까? 사실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사람들이 유독 몰리는 곳은 모나리자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대표작인 모나리자 앞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모나리자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나는 손을 높이 들어야만 했다.
이틀간 오르세 미술관을 시작으로 베르사유 궁전, 로댕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까지. 엄청나게 많은 전시물들을 보고 나니 한 가지 부작용(?)이 생겼다. 길거리나 기념품 상점에 파는 그림들이 눈에 안 들어온다는 것이다. 눈만 높아진 느낌이다.
파리의 야경은 낭만적이다. 우리는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 아쉬워 파리 시내를 한 번 더 돌아보았다. 나는 오늘도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고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지만 아직 한참이나 이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다. 우리의 여행은 이제 시작이고 그 끝은 한참이나 멀어 보였다. 4월 25일, 밤 바람은 생각보다 차가웠지만 내 마음은 너무나도 따뜻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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