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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리드 : 이야기/가르치는 용기

19. 에어컨 물 버리기 (가르치는 용기)

by WANNA READ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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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이야기

우리 학원의 에어컨은 옛날 방식(?)이다. 요즘은 학원이 상가의 높은 층에 있다 해도 에어컨에서 빠져나가는 물이 배수관으로 바로 흐를 수 있게 작업한다. 하지만 우리 학원은 에어컨 물을 학원 내부에서 따로 통에 받아 버린다에어컨 물이 받아지는 통은 학원 구석에 있는데,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옆자리에 앉은 학생은 고개를 조금만 움직이면 물이 얼마큼이나 차 있는지 확인할 수가 있다.

 

하루는 전날 바쁜 일정으로 물의 양을 확인하지 못하고 퇴근한 적이 있다. 그러고는 수업이 시작되었다. 혜인이는 그날도 어김없이 에어컨이 가까이 있는 구석 자리에 앉았는데 그곳은 혜인이가 좋아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수업 도중에 갑자기 혜인이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

 

그 시간에 있던 모두가 혜인이를 쳐다보았고, 혜인이가 앉은 바닥으로 물이 흥건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에어컨에서 나온 물이 통에 가득 차 넘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종종 구석 자리에 앉는 학생들에게 한 번씩 물이 얼마만큼 차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물이 어느 정도 차면 내게 말해준다.

선생님! 에어컨 물 버려야 해요!’

 

사실 간단한 시공만으로도 에어컨 물이 자동으로 배수관으로 흐를 수 있게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에어컨 물 버리는 일은 출근하고 나서 해야 하는 가장 우선적인 일이자 정말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은 출근하고 나서의 나의 게으름을 막아주는 하나의 장치이기도 하다. 가끔 놓치는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꼭 수업 도중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생님! 물 버려야 해요!’

 

가르치는 용기

19. 에어컨 물 버리기

(WANNA READ, 워너리드)

 

전자책 출간 '가르치는 용기'를 소개합니다.

사랑받는 학원이란 어떤 곳일까요? 학부모가 신뢰하는 학원, 아이들이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학원입니다. 그런 학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를 아낌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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