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니스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에 오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12시가 되자마자 그쳤고, 해가 쨍쨍하게 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인데, 우리의 여행을 계획한 형의 지인의 집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현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천천히 준비하고 시간 전에 초대받은 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초대받은 집은 빌라 같은 곳이었다. 건물 안에는 좁은 계단이 둥글게 올라가는 방식으로 되어있었고, 그 가운데로 3명 내지 4명 정도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무언가 옛날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았는데, 튼튼한 느낌은 아니었기에 살짝 무섭기도 했다.
우리가 초대받은 집은 꼭대기 층이었다. 따라서 옥상을 이용할 수 있었고, 야외 정원과도 같은 옥상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날씨도 너무 좋았다. 비가 그친 뒤라 니스의 맑은 하늘이 그대로 드러났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모든 것이 좋았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들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나온 음식은 길쭉한 튀김이었는데, 그 안에는 각종 야채와 다진 고기가 들어있어 마치 만두 같았다. 그런데 그 양이 우리가 다 함께 먹기에는 적어 보여 마음속으로 '프랑스에서는 이 정도만 먹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 먹고 나니 이어서 그다음 음식이 나왔고, 또 그 음식을 다 먹고 나니 다음 음식이 나왔다. 마치 코스 요리를 대접받듯 프랑스의 다양한 요리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아직도 궁금한 점은 프랑스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먹을까? 싶다. 아닐 것 같지만! 언어가 달라 말이 아주 잘 통하지는 않지만 영어를 잘하는 형들 덕분에 여유 있게 식사를 즐기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식사 도중에 우리가 먹는 속도가 빨랐는지, 초대해주신 가족 중 한 분이 한국 사람들은 밥을 빨리 먹는다고, 평소에 밥 먹는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우리가 10분이라고 답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이 동시에 '크레이지?'를 외쳤다. 그러면서 프랑스 사람들의 기본 식사시간은 1시간에서 2시간이라고 말해주었다. 밥 먹는 시간부터 여유를 두고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식사하는 그 문화가 부럽게 느껴졌다.
니스는 프랑스 남부지역 코트다쥐르 지방의 유명 휴양지로 각종 축제, 행사, 영화제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여러 박물관 및 미술관을 포함해 마세나 광장, 구 시가지 등 꼭 둘러봐야 할 장소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의 일정은 니스를 담기에 너무나도 부족했다.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오후 3시가 되었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다른 곳 말고 그냥 니스 해변을 즐기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니스를 지나 망통이란 곳에 가려했으나 바닷가에 들어가서 수영도 좀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옷을 좀 더 가볍게 갈아입은 후 니스 해변으로 향했다. 하지만 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날씨와는 다르게 아직 물이 너무 차가웠다.
니스 해변은 특별하다. 그 이유는 해변이 모래가 아니라 자갈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색다름은 니스 해변을 더 특별하게 보이게 했다. 한국에도 자갈해변이 몇 있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정말 신기했다. 그렇게 니스 해변을 산책하던 우리는 어느새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돌을 줍기 시작했다. 해변의 돌들이 너무 예뻐서 돌 줍는데 시간을 다 써버렸다. (그날 주운 돌은 집에 잘 보관되어 있다가 버려졌다.)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천천히 저녁을 먹고 니스에서 한 번 더 숙박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변을 따라 캠핑장으로 이동하는 그 길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멋있거나 예쁜 장소를 보면 차를 세우고 멈춰 사진을 찍고 다시 출발하곤 했다.
이제 내일부터는 이탈리아다. 프랑스를 더 많이 즐기지 못한 아쉬움보다 이탈리아에 대한 기대감으로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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