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슬로베니아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블레드에 도착했다. 우선 어젯밤의 걱정과는 달리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우리는 천천히 씻고 캠핑장 주변을 운동 겸 산책했다. 캠핑장 옆으로는 작은 강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이 너무 맑았다. 왠지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블레드는 말이 많이 필요 없다. 블레드는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 마을로 블레드 호수와 그 호수 중앙에 있는 블레드 섬, 그리고 호수 옆 블레드 성 이렇게 세 가지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다. 여행하면서 여러 호수들을 봤지만 블레드 호수는 지금껏 본 호수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 우리는 우선 성에서 바라보는 호수가 아름답다는 말에 블레드 성으로 향했다.
성은 절벽에 위치해 있어서 아래로 펼쳐지는 호수와 저 멀리 보이는 마을까지 그 경관이 너무 멋있었다. 이런 블레드의 전경을 보기 위해 오르는 성의 입장료가 인당 8유로로 생각보다 비싸긴 했다. 하지만 성 안에 몇 가지 볼거리도 있고, 다녀온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호수 구경을 위해서는 필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 안 구경거리는 사실상 별로 없었다. 역사적 지식이 없는 우리였기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블레드 성만의 예스러움은 고스란히 남아 이곳만의 이색적인 느낌을 받기엔 충분했다. 성 안에는 작은 카페가 있는데 우리는 그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즐겼다.
블레드 성 구경을 끝내고 아래로 내려온 우리는 호수 주변을 드라이브했다. 그러다 차를 좀 세우고 호수를 가까이서 보고 싶어 주차장을 찾던 도중 호수를 마주 보고 있는 한 캠핑장 주차장을 발견했다. 호수가 바로 보이는 캠핑장. 여기에서 잤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렇게 형들과 호수 주변을 조금 걸어보기도 하고, 호수 앞에 앉아서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여유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나에게 최고의 시간이었다.
블레드 호수 중앙에 있는 블레드 섬은 선착장에서 20분 정도 전통 보트(플레트나)나 전기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을 가보지 않았는데, 지나고 나니 이왕 블레드에 온 거 가볼걸 하는 후회는 든다.
오늘 하루는 한 마디로 여유로웠다. 남은 시간도 여유 있게 블레드 이곳저곳을 드라이브했다. 호수 앞 캠핑장이 조금 아쉬웠지만 기존 캠핑장을 2박 미리 예약해뒀기에 변경할 수는 없었다. 내일은 드디어 오스트리아로 간다. 내일도 날씨가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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