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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리드 : 여행기/유럽은 자동차를 타고

Day 25 비 내리는 스위스 (한 달 유럽 여행기, 유럽은 자동차를 타고)

by WANNA READ 2023.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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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5

5월 16일,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 날은 평소보다 날씨가 어둡다. 또한,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는 자장가처럼 더 자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평소 계획했던 시간보다 늦게 일어났다. 밖에는 비가 많이 오고 있었는데 여행 중 내렸던 빗방울 중 가장 굵었다. 텐트 밖에는 소나기에 버금가는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 프랑스 파리로 출발하려고 했다. 거리로만 보면 거의 630km나 되기에 7시간 정도를 달려야 하는 거리였다. 이미 장거리를 경험해 봤기에 변수가 있을 수 있고, 천천히 쉬었다 가다 보면 10시간도 걸릴 수 있는 긴 거리였다. 차를 늘 운전해 주던 형은 조금은 피곤할 순 있어도 그냥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기에, 오늘 우리의 일정은 아침에 프랑스 파리를 향해 떠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고 있었고 다들 늦잠을 잤으며, 그냥 조금 더 쉬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 하루종일 텐트 안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정말 화장실 갈 때만 제외하고 텐트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텐트 안 이불 속

참 신기하게도 여행에 대한 갈증은 없었다. 아마 유럽에 온 지 하루 이틀 정도였다면, 스위스라는 아름다운 곳까지 왔으니 비가 많이 오더라도 드라이브 정도는 했을 것 같다. 아니면 카페라도 찾아서 들어갔을 것 같다. 시간이 아까우니까. 하지만 이미 여러 곳을 둘러본 지금의 우리에겐 그냥 쉬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이것도 여행인가? 어쩌면 어제 스위스를 포기했던 마음 때문에 미련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일단 우리가 가기로 했던 나라는 모두 찍었으니 계획했던 미션이 모두 완료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 선택이 나쁘진 않았다. 비 내리는 소리도, 어두컴컴한 날씨도 모두 여행의 낭만을 더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작은 텐트 안이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형들하고 더 길게 대화할 수 있었고, 못했던 게임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 우리는 비 내리는 스위스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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