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우리는 피르스트에 올랐다. 돌이켜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제만 해도 하이킹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날씨와 휴일이라는 관계로 못했고, 저녁부터는 비가 오기 시작해 프랑스로 넘어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어제 비가 또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프랑스로 넘어가지 않고 그냥 텐트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며 스위스에 남았었다. 그렇게 오늘 프랑스로 넘어가려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날씨가 너무 좋아졌다. 그동안 스위스 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날씨가 최고로 좋았다.
그런데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가고 싶었던 하이킹 코스 중 피르스트가 오늘부터 오픈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냥 스위스에 남기로 했던 것이 이렇게 좋은 선택이 될 줄이야. 우리는 일찍 준비해서 피르스트로 향했다.
그제 갔던 그린델발트로 다시 가서 차를 주차하고 피르스트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곤돌라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늘부터 오픈하는 날이어서인지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곤돌라 정류장에 도착했다.
피르스트 곤돌라는 그린델발트에 있는 정류장에서부터 보어트, 슈렉펠트, 피르스트 순서대로 운행하는데 곤돌라에서 내리지 않는 한 피르스트까지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곤돌라를 타고 피르스트까지의 시간이 약 25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곤돌라를 타고 풍경을 즐기며 올라가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드디어 피르스트에 도착했다. 여기는 정말 긴 말이 필요 없다. 역시나 날씨가 받쳐주니 스위스의 매력이 극대화되었다. 일정대로 그냥 포기하고 프랑스에 갔다면 정말 정말 후회했겠다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그 정도로 내 눈앞의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아직 눈이 많아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 위 바흐알프 호수까지의 하이킹 코스가 막혀있었다는 것이다. 호수도 정말 아름답다는데 못 보고 내려가야 했던 점이 가장 아쉽다.
우리는 바로 곤돌라를 타기보다는 슈렉펠트까지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에는 작은 집들, 한 작은 놀이터, 큰 물웅덩이 등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많았다. 그렇게 슈렉펠트까지 내려와 다시 곤돌라를 타고 그린델발트에 있는 정류장까지 내려왔다.
내려와 보니 얼굴이 많이 탔다. 다른 날보다 선크림을 두 배로 발랐지만 고도도 높고, 눈에 반사되는 빛이 강했나 보다. 모두들 얼굴이 많이 탔다.
이제 우리는 다음 일정을 결정해야 했다. 시간이 애매해졌기 때문에 스위스에서 하루 더 자고 내일 아침에 이동할지, 아니면 중간지점이라도 정해서 파리까지의 최종 이동 거리를 줄여볼지. 나는 어떤 선택이든 다 좋았다. 형들은 내일 한 번에 파리까지 이동하는 것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움직여서 이동 거리를 줄여보자는 쪽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결정된 오늘의 행선지는 프랑스 콜마르였다.
그렇게 우리는 인터라켄에서 콜마르를 향해 출발했다. 가는 길도 너무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운 스위스를 떠나야 하다니. 하지만 피르스트를 봤다는 성취감이 커서인지 크게 아쉽진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스위스의 수도 베른을 지나 늦은 밤 프랑스 콜마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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