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시험 기간에 아이돌 노래 틀기 (가르치는 용기 2)

33번째 이야기

음악 이야기가 나온 김에 노래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고자 한다. 보통 시험 기간에 학원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어떤 그림이 떠오를까. 조용한 분위기에 다량의 시험 문제를 풀고 있는 학생들. 문제에 집중하느라 아무도 쉽사리 먼저 말을 꺼내지 않지만, 가끔 한숨 소리가 그 정적을 깨는 그림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가르치는 일에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시험 기간의 분위기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차분해 보이지만 무언가 차갑거나 지쳐있는 느낌이 가득한, 평소와는 다른 조용한 분위기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말로 이를 다 표현하기란 참 어렵다.

 

하루는 내 앞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분위기를 깨보고 싶은데?’

그래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틀어버렸다. 깜짝 놀란 아이들은 하나같이 나를 쳐다보며 의아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는 몇몇 학생들이 이렇게 말했다.

“아! 선생님! 집중 안 돼요!”

 

당연히 집중이 안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집중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 학교에서 실제로 시험을 보다 보면 옆 친구 책상 소리도 거슬릴 때가 있는데. 이건 집중력 강화 훈련이야.”

그러고는 나는 심지어 노래를 조금씩 흥얼거리기도 했다. 조용했던 분위기는 금세 시끄러워졌고, 학생들이 가진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몇몇 학생들은 본인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특히 킬링파트라고 해서 노래의 중독성이 있는 구간은 모든 학생에게 고비였다. 그렇게 그날 재미있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며칠 후 시험이 끝난 학생들에게서 결과가 도착했다. 첫 시험이었는데도 8명 중 100점은 3명이나 되었다. 아쉽게 하나만 틀린 학생들도 3명이었다. 그런데 그날 시험지를 들고 온 학생들이 공통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선생님! 여기 20번 문제를 풀고 있는데 그날 틀었던 노래가 기억나는 거예요!”

“맞아요! 그때 공부했던 게 이거였는데 노래가 생각났어요.”

 

이게 말로만 듣던 충격 효과인가...

 

가르치는 용기 2

33. 시험 기간에 아이돌 노래 틀기

(WANNA READ, 워너리드)

전자책 출간 '가르치는 용기 2'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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