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아이들은 누군가를 만나면 인사를 한다. 특히 선생님을 만나면,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는 물론이고 복도나 상가를 지나가다가도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때론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서 인사를 받을 때가 있는데 우리 학원에 다니지 않더라도 상가에서 마주치는 아이들 대부분은 인사를 참 잘한다.
그런데 인사를 하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었다. 그는 학원 문을 열고 들어와 나랑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도, 학원으로 오는 길 복도에서 나를 마주친 순간에도 ‘안녕하세요.’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 사실 나와는 사이가 아주 좋다. 생각도 잘 표현하고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언제나 질문하는 그런 적극적인 아이이다. 심지어 집으로 돌아갈 때는 인사를 너무 잘한다. 그저 처음 만나는 그 순간 인사를 하지 않을 뿐이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하루는 진지하게 그 아이에게 이점에 관해 물어봤다. 아이의 답변은 간단했다.
“인사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니?”
“인사할 타이밍을 놓쳐서요.”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본 결과 처음에 인사하지 못한 그 순간이 그 아이에게 습관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깨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계기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날 3학년의 초등학생들을 다 모아놓고 말했다.
“그동안 인사를 잘해줘서 고마워요. 그래서 보상 시스템을 하나 만들어볼까 하는데, 앞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나 복도에서 선생님을 마주쳤을 때 인사를 잘하면 보너스 포인트를 줄 거예요.”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다. 어차피 매일 인사하는 것이 당연하게 습관화되어 있어 어려운 것이 아니었기에 말 그대로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인사하는 분위기가 다시금 형성되고 보너스 시스템이 처음으로 시작된 그다음 날, 인사를 하지 않았던 그 아이는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친구들과 같이 나에게 인사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가르치는 용기 2
37. 인사를 하지 않는 아이
(WANNA READ, 워너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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