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해외를 나가는 것도 비행기를 타는 것과 비슷했다. 부산항 국제 여객 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잡은 탓에 나름 여유 있게 도착했고, 그렇게 대마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우리는 뱃멀미가 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미리 귀 뒤에 붙이는 멀미 방지 패치까지 붙였다. 준비는 완벽했다.
하지만 멀미 패치로도 어지러움을 심하게 느낀 한 형은 결국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바람을 쐬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10분, 20분이 지나도 형이 돌아오지 않길래 나는 형을 찾아 뒷문 쪽으로 가보기로 했는데, 멀미를 하는 꽤 많은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형 역시 그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누워있었다. 다행히 나와 큰 형은 멀미를 하진 않았다.
대마도 히타카츠 여행
대마도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심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니 뭔가 아쉽긴 했다. 예약해 둔 렌터카 회사가 터미널 부근에 있었기에 차를 찾았고, 본격적으로 우리의 여행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비는 왔지만 차가 있으니 역시 편했다.
차를 타고 미리 알아둔 식당으로 갔지만 문이 닫혀있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기에 메뉴에 대한 토론이 아주 잠시 있었는데, 결국 대충 이동하면서 괜찮아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 보자는 결론이 났다. 그렇게 차를 조금 몰았을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을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했기 때문인데, 식당, 상점 대부분이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한 30분 정도 돌았을까? 우리는 열려있는 식당 한 곳을 찾았고, 일단 들어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메뉴가 무엇이 있는지도 알아보지 않고 그냥 식당문을 열고 들어갔다. '야보텐'이라는 식당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은 비쌌다. 그래도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추가 주문 없이 적당히 먹었다. 손님이 우리뿐이라 마지막에 사장님과 사진도 찍으면서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식당에서 한 가지 알게 된 소식이 있는데, 대마도가 연휴기간이라는 것이었다. 시내가 조용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미우다 해수욕장
연휴기간인 데다가 비까지 오고 있어 우리의 일정이 단순해졌다. 오늘 일정은 대마도 히타카츠 여행에 빠질 수 없는 미우다 해수욕장을 가는 것! 사실 우리의 숙소가 바로 미우다 해수욕장에 있는 미우다캠프장(캠핑장)이었다. 찾아보니 6인용 상설텐트가 3,600엔으로 저렴했고, 침낭 3개 1,500엔을 더해 총 5,100엔에 우리 3명의 숙소가 해결될 수 있었다.
캠핑만으로도 낭만적인데, 바로 앞 유명한 미우다 해수욕장도 볼 수 있고, 주변 3분 거리에 나기사노유 온천도 있다고 하니 동선이 너무 좋았다. 온천은 내일 아침에 가보기로 하고 우선 체크인을 하기 위해 숙소를 찾았다.
그렇게 체크인을 하고 바로 앞 미우다 해수욕장을 구경하기 위해 나섰다. 미우다 해수욕장은 일본 100대 아름다운 해변으로 선정된 곳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미우다 해수욕장의 사진들을 보며 그 기대감을 키웠는데, 비가 오다 보니 사진으로 봤던 감동과 기대감이 그대로 다가오진 않았다.
짧은 시간 인증샷을 남기고 우리는 마트로 향했다. 밤에 캠핑장에서 간단히 먹을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른 볼거리 장소로 가보려고 하는데,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히타카츠 시내(?) 구경
1시간쯤 지나자 비는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쳤다. 우리는 시내나 좀 돌아다녀보다가 식당이 있으면 들어가서 저녁을 먹고, 없으면 숙소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사실 잠깐 걸어 다닌 이 시내 구경이 가장 재밌었다. 일본의 느낌을 그나마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문을 연 한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메뉴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식당. 연휴기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주인은 대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매운탕(?)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고, 우리는 그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했다. 맛은...
그래도 여행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비록 오늘 하루 우리가 원하는 그림의 제대로 된 식사는 못했지만, 마트에서 산 간식거리와 함께 밤에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남기기로 하고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피곤했는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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