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원에 있는 규칙 중 한 가지는 스스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고학년이 되면 필요한 이야기를 직접 선생님께 알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것들이 포함될 수 있지만 특히 학원을 빠져야 하는 상황이 있다. 너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이 보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씩씩하게 본인의 학원 스케줄의 변동이 생기면 문자를 보낸다. 그렇게 본인 학습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고 있다.
- 선생님 오늘 머리가 좀 아파서 학원에 못 갈 것 같아요.
- 오늘 할머니가 오셔서 다 같이 밥을 먹는대요.
- 오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엄마가 학원 쉬래요.
물론 학원 스케줄에 대한 부분을 부모님에게 우선 알리고 선생님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이유들이 많다.
그런데 하루는 학원 오기 10분 전에 현민이에게 문자가 왔다.
"선생님, 저 오늘 학원 못 가요."
10분 전에 연락 온 현민이의 문자에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싶어 이유를 물어봤다.
"왜? 무슨 일 있어?"
"일이 있어요."
"심각한 일이야? 무슨 일인데?"
"네. 학원 못 가요."
원래 같으면 정확한 이유를 말해줄 텐데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상황이나 설명하기 힘든 일이 있을 수도 있기에 더 묻지는 않았다. 궁금했지만 내일 직접 만나서 물어봐도 되고 수업이 끝나고 학부모에게 직접 연락을 해봐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30분쯤 지났을까? 현민이의 어머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선생님, 현민이가 바지에 똥을 싸서 집으로 왔어요. 그래서 오늘 학원 못 갔어요. 아는 척은 하지 말아 주세요."
다음 날 나는 더 묻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게 현민이와 인사하고 공부했다.
가르치는 용기 3
55. 학원을 가지 못하는 말 못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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