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그 열정이 조금의 변함도 없이 유지되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 원해서 시작한 일이라 해도 누구나 지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그러하고 공부하는 것 역시 그렇다.
그래도 그나마 관심이 있었고 원했고 스스로 선택했고 흥미를 가지고 즐겨본 경험이 있다면 열정과 흥미가 떨어지는 시기가 온다 해도 그 굴곡의 깊이는 깊지 않다. 그리고 비교적 회복도 빠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공부란 그리 반갑지 않은 일이다. 정도의 차이, 학생 성향의 차이가 분명 있겠지만 공부라는 그 시작점에 조금이라도 본인이 원해서 하게 된 경우는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습 슬럼프를 겪는다. 누구나 흥미가 떨어지는 시기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선생님으로서 다행인 점은 학생이 공부에 흥미가 떨어졌다는 것이 비교적 명확히 보인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공부에 늘 자신감을 보이던 하준이는 요즘따라 말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기본적인 인사만 하고 공부할 때도 조용히 그날 주어진 분량에만 충실하다. 겉으로 보기에 잘 집중해 본인의 공부를 하는 것 같지만 느낌이 달라졌다. 해야 해서 하는 그런 느낌. 집중을 잘 못해서 성적이 떨어지진 않았어도 그동안 했던 습관이 하준이를 붙잡아 주고 있을 뿐 흥미를 많이 잃어버린 모습이다.
하준이의 흥미가 떨어졌다는 것을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상황이 있다. 한 번씩 찾아오는 테스트 날. 원래의 하준이라면 테스트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거나 주변 친구들에게 또 100점을 맞을 거라며 자랑한다. 복습도 필요 없다는 듯이 빨리 테스트부터 보길 원하고 하나라도 틀린 날에는 얼마나 아쉬워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 하준이는 하나를 틀려도 틀렸나 보다 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럴 수 있죠."
그리고 100점을 맞은 날, 하준이는 테스트 지를 내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자리 정리할까요?"
가르치는 용기 3
65. 흥미가 떨어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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