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원에는 학생이 스스로 해야 하는 셀프 시스템이 몇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책상 정리에서부터 숙제 채점에 이르기까지, 여러 셀프 시스템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본인의 학습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돕는다.
그날은 중학생들과 새 학기를 맞아 함께 계획표를 세우던 날이었다. 둥글게 둘러앉아 각자가 하고 싶은 방향의 공부를 말해보기도 하고, 함께 논의하며 개인 수업과 그룹 수업을 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중학교 수업에서 빠질 수 없는 내신 학습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과목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내신 과목은 교재가 꼭 필요하거나 교재에 버금가는 여러 프린트물이 필요하다. 특히 다양한 문제를 풀어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 초등학생에 비해 중등 수업은 정말 많은 프린트물이 나온다.
그렇게 내신 학습에 대해 각자 본인의 생각을 말했고, 이제 중등 그룹 반장이었던 영은이의 차례가 되었다. 영은이는 자기 주도 학습이 정말 잘 되던 학생이었다. 그런 영은이는 나와 주변의 친구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선생님만 괜찮다면, 우리가 준비한 추가 자료들을 별도로 준비해와서 다 같이 해보면 어떨까요?"
너무 좋은 제안이었다.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는 동시에 예습, 복습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 역시 영은이의 제안에 동의했다. 사실 영은이에게는 학습 자료가 많았기에 친구들에겐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제안했다.
"그럼 따로 뽑아오고 준비해오려면 힘드니 학원에 너희들이 쓸 수 있는 프린터 공간을 하나 만들어줄게. 내신 자료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이라도 공부와 관련된 것들은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 미리 와서 뽑아도 되고, 언제든 사용 가능해. 어때?"
그렇게 우리 학원에는 남아 있던 컴퓨터와 연결된, 그리고 학생 개인 노트북까지 연결할 수 있게 세팅해 놓은 흑백 레이저프린터가 생겼다. 이제 학원의 모든 학생들은 필요할 때면 이 셀프 프린터를 사용해 학습 자료를 스스로 준비한다.
가르치는 용기 3
68. 또 하나의 셀프 시스템, 셀프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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