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던 어느 날이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온풍기가 고장 나 새로운 온풍기를 사야 했다. 벽걸이 온풍기를 사볼까 싶었지만 둥글고 길쭉한 온풍기 제품이 추천으로 뜨는 바람에 기존처럼 땅에 두고 쓰는 제품을 구입했다.
해당 온풍기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는 상세 페이지에 나온 몇 장의 그림 때문이었는데, 그 그림은 바로 불멍기능이 있다는 내용의 그림이었다. 불멍이란 '불을 보며 멍 때린다'의 줄임말로 캠핑장이나 벽난로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그 불을 바라보며 가만히 멍 때리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해당 온풍기에는 실제 불이 나타나거나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제품 아랫부분에는 작은 화면이 있었고, 그 화면 속으로 장작이 타고 있는 듯한 영상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었다. 꽤나 실제적으로 보였고, 나는 구입 버튼을 눌렀다.
어느 날 갑자기 더 추워진 날씨 탓에 학생들이 온풍기를 틀어 달라고 하였고, 드디어 새 제품을 선보일 시간이 되었다. 온풍기를 켜고 불멍 기능까지 켠 다음 학원 교실 구석에 잘 보이게 두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승호는 공부를 하다 온풍기 아래쪽에서 장작이 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신기하듯 물었다.
"선생님, 저거 진짜 불이에요?"
친구들의 장난기가 발동되었고, 몇몇 친구들이 진짜 불이라고 대답하기 시작했다. 승호는 궁금해서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온풍기로 다가갔다. 그런 승호를 보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조심해! 뜨거워!"
승호가 멈칫했다. 손으로 만지려다 손을 긴급히 뺀 후 내게 말했다.
"선생님, 이거 정말 불이에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안에 고구마도 있어!"
가르치는 용기 3
69. 이거 정말 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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