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글씨는 다양하다.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가며 아주 예쁜 글씨를 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빠르게 대충 휘날려 써서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힘든 글씨를 써오는 아이들도 있다. 참고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랜 기간 아이들과 함께해본 결과 글씨는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이 더 예쁘게, 더 잘 정리된 형태로 써오는 것 같다.
글씨에는 아이들의 감정 상태가 담겨있다. 하루는 테스트를 앞두고 성욱이가 열심히 복습한 자료를 내게 가져왔다. 나는 성욱이의 복습 자료를 보면서 성욱이에게 물었다.
‘성욱아, 열심히 잘 해왔는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
‘뭔데요?’
‘너는 너의 이 글씨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
‘네?’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성욱이는 바로 대답을 못 했지만 잠시 후 이렇게 대답했다.
‘좀 어지러운 것 같아요.’
나는 성욱이의 대답을 듣고 내가 왜 이러한 질문을 던졌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나는 성욱이의 글씨에서 너무나도 자신 없어 하는 아이가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욱이는 그 테스트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낮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 감정 상태는 그대로 글씨에 드러났다. 본인의 글씨를 보고 어지럽다고 표현한 것처럼 당시 성욱이의 마음은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듯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나는 힘들겠지만 썼던 글씨를 모두 지우고 다시 글씨를 써볼 것을 제안했다. 선생님으로 해줄 수 있는 여러 조언이 있겠지만 나는 단순히 글씨를 조금 더 잘 쓰는 것의 장점 몇 가지만을 언급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더 자신감 있는 글씨를 주문했다.
며칠 후 성욱이의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96점. 하나가 틀렸다며 아쉬워하는 성욱이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요즘 성욱이의 글씨에서는 자신감이 묻어 나오고 있다.
가르치는 용기
7. 글씨를 보면 감정이 보인다.
(WANNA READ, 워너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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