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찬이의 집은 학원에서 가장 멀다. 집에서 걸어 학원에 오려면 약 40분이 걸린다. 기찬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친구인데, 오늘의 이야기는 기찬이가 6학년이던 해에 있었던 일이다.
기찬이는 가끔 숙제를 집에 두고 왔다. 기찬이의 말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결론은 늘 깜빡 잊어서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기찬이는 숙제를 집에 두고 왔고, 별일이 아닌 것처럼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기찬이에게 숙제를 잘 챙기는 것도 학습의 일부분임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기찬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찬아, 힘들겠지만 다시 집에 가서 숙제 가지고 와!’
기찬이는 내가 숙제로 인해 몇몇 학생들을 다시 집으로 되돌리는 상황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본인의 집은 멀리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날 정작 본인에게 집에 갔다 오라고 말할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순간 멍하게 나를 쳐다보는 기찬이에게 나는 단호한 태도로 다시 한번 말했다.
‘오늘 학원에서 공부 안 해도 좋으니 다시 집에 가서 숙제 가지고 와!’
그렇게 기찬이는 학원 문을 열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1시간이 넘어서야 기찬이는 다시 학원으로 돌아왔다. 기찬이는 땀으로 가득한 얼굴로 내게 다가와 본인의 숙제 종이를 내밀었다.
‘여기 가져왔어요.’
나는 기찬이가 기특했고 곧바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스스로 너의 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고마워. 더운데 아이스크림 먹을래? 고생했다!’
그 이후로 기찬이가 숙제를 집에 두고 오는 날은 사라졌다.
가르치는 용기
8. 숙제 챙기기
(WANNA READ, 워너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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