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난 친구이다. 민서는 노는 걸 좋아하고 활동적이며 개구진 학생으로 그 성격 탓인지 나와 빠르게 친해졌다. 민서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시작하는 시기가 늦었다고 생각하는지, 더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는 모습이 예쁜 학생이다.
이런 민서와 함께 공부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수업을 꼭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공부하는 도중에도 수시로 민서는 내게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물 마시고 와도 돼요?”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는 것은 사람으로 당연한 행동이다. 그런데 민서는 크게 목이 마르지 않음에도 물을 마시려고 한다. 그렇게 민서를 지켜보니 수업 도중 특히 비교적 집중이 요구되는 공부를 하는 경우 갑자기 물을 마셔도 되는지 질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나는 민서의 공부 습관을 다시 만들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집중력이 요구되는 순간이면 언제나 그 흐름을 끊어버리는 민서의 습관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물을 마시고 돌아온 민서는 흐름이 끊어져 버린 공부를 마치 처음 시작하는 듯 재시작했고, 그렇게 자연스레 필요한 학습 분량은 밀리고 있었다. 또한, 조금 어려운 문제들이 나오면 언제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태도를 보이며 실력이 있음에도 잦은 실수를 보여주곤 했다. 그래서 이점을 진지하게 말해주었다.
그날 이후 민서의 물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은 크게 줄어들었다. 민서는 정말 목이 마른 경우에만 내게 묻기 시작했다. 이 습관성 질문이 사라지자 민서는 공부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민서의 집중력은 본인의 실력을 더 향상하는데 기여하기 시작했고, 민서 스스로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이제는 민서 입에서 물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정말 가끔 나온다. 집중이 필요할 때의 그 흐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능력이다. 그리고 민서가 이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되어 기쁘다.
가르치는 용기 2
42. 자주 물 마시는 아이
(WANNA READ, 워너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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