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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리드 : 이야기/가르치는 용기

44. 들어오자마자 채점하는 학생들 (가르치는 용기 2)

by WANNA READ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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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번째 이야기

과제 채점은 언제나 선생님의 몫일까? 이 의문으로 시작된 우리 학원의 시스템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과제 셀프 채점 시스템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공부할 시간이 되면 선생님에게서 정답지를 받아가거나 고학년인 경우 직접 정답지를 찾아 채점하기 시작한다. 과제 채점이 끝난 학생은 나에게 채점된 과제를 보여준 후 오늘의 학습을 시작한다.

 

과제 셀프 채점 시스템이 생겨난 그날이 기억난다. 선생님의 채점을 기다리며 한 줄로 서서 기다리고 있는 7명의 아이들. 한 손에는 본인의 개인 파일을, 또 다른 손에는 집에서 해온 숙제 종이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그날따라 가장 앞에 서 있던 현수가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았고, 자연스레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주며 채점하다 보니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줄로 서서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은 점점 서로 이야기하며 떠들기 시작했고, 결국 학생들은 제시간에 공부를 시작하지 못했다.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많은 시간대에는 채점 시간만 길게는 10분을 소요하고 있었다. 비효율적이었고, 개선할 필요를 느껴 주변 분들과 경험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채점 방식들을 우리 학원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2주가 지났을까? 학생들에게 바뀐 채점 방식을 설명해 주고 정답지를 나눠주며 스스로 채점할 수 있게 했다. 학생들이 직접 본인의 숙제를 채점하게 만들면서 볼 수 있는 한 가지 재밌는 점은 평소 학습 습관이나 태도가 채점하는 방식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는 나에게 학생들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소스가 되어 주었다.

 

하루는 성격이 급한 승호가 채점을 하는데 정답지를 준 지 딱 10초 만에 나에게 온 것이다. 숙제 종이에는 커다랗게 동그라미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딱 봐도 제대로 숙제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승호에게 다시 꼼꼼하게 정답지를 보고 채점할 것을 요구했다.

승호야! 다시!”

또요?”

그날 승호는 다섯 번을 왔다 갔다 한 후에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가르치는 용기 2

44. 들어오자마자 채점하는 학생들

(WANNA READ, 워너리드)

 

전자책 출간 '가르치는 용기 2'를 소개합니다.

를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그때가 기억납니다.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해오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어 추억하며 정리해보고,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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