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리드 : 이야기/가르치는 용기80 8. 숙제 챙기기 (가르치는 용기) 기찬이의 집은 학원에서 가장 멀다. 집에서 걸어 학원에 오려면 약 40분이 걸린다. 기찬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친구인데, 오늘의 이야기는 기찬이가 6학년이던 해에 있었던 일이다. 기찬이는 가끔 숙제를 집에 두고 왔다. 기찬이의 말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결론은 늘 깜빡 잊어서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기찬이는 숙제를 집에 두고 왔고, 별일이 아닌 것처럼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기찬이에게 숙제를 잘 챙기는 것도 학습의 일부분임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기찬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찬아, 힘들겠지만 다시 집에 가서 숙제 가지고 와!’ 기찬이는 내가 숙제로 인해 몇몇 학생들을 다시 집으로 되돌리는 상황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본인의 집은 멀리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날 정작 본인.. 2022. 8. 2. 7. 글씨를 보면 감정이 보인다. (가르치는 용기) 아이들의 글씨는 다양하다.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가며 아주 예쁜 글씨를 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빠르게 대충 휘날려 써서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힘든 글씨를 써오는 아이들도 있다. 참고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랜 기간 아이들과 함께해본 결과 글씨는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이 더 예쁘게, 더 잘 정리된 형태로 써오는 것 같다. 글씨에는 아이들의 감정 상태가 담겨있다. 하루는 테스트를 앞두고 성욱이가 열심히 복습한 자료를 내게 가져왔다. 나는 성욱이의 복습 자료를 보면서 성욱이에게 물었다. ‘성욱아, 열심히 잘 해왔는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 ‘뭔데요?’ ‘너는 너의 이 글씨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 ‘네?’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성욱이는 바로 대답을 못 했지만 잠시 후 이렇게 대답했다. ‘좀.. 2022. 8. 1. 6. 미세먼지에 따라 변하는 시세 (가르치는 용기)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학생들도 경제관념이 비교적 뚜렷한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어느 날 코인과 주식에 관한 이야기가 학원에서 흘러나와서 잠시 물어봤더니 부모님이 열어준 주식 계좌에 본인의 용돈을 넣어서 조금씩 투자해보고 있다는 중학생이 무려 절반이나 되었다. 학원에는 포인트 제도가 있다. 이는 아이들이 학습 과정이나 결과에 따라 일정의 포인트를 받게 되는 시스템으로 그 포인트로 맛있는 것을 사 먹기도 하고, 그 포인트를 통해 원하는 물건을 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포인트 제도를 좀 더 활용해보기로 했다. 미세먼지 수치는 요일마다, 시간마다 변한다. 그리고 쉽게 예측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 미세먼지 수치의 변동으로 매일 그 시세가 변하는 ‘클로버 주식’을 오픈했다. 미세먼지가 나쁨이 될수록 마이너스.. 2022. 7. 29. 5.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 (가르치는 용기)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많은 부면에서 학원에 익숙해진다.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이어 다니고 있는 학생이든, 새롭게 학원으로 들어온 학생이든, 중학생이 되면 그동안 해왔던 여러 공부 방법들에 비교적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지환이는 중학교 2학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반장이다. 고맙게도 친구들은 지환이의 화끈한 리더십을 좋아한다. 우리는 길게는 1년간, 짧게는 3개월간의 학습 계획을 함께 세우는데, 이상하게도 여기에 선생님의 결정권은 없다. 1학년이던 지환이와 그 친구들이 2학년이 되는 해, 그 겨울 나는 그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함께 상의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이제 중2가 되는 학생들에게 이제까지 공부한 것들 중 도움이 되었던 것들이나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공부 방법을 골라보게 했다.. 2022. 7. 26. 4. 다음 주 목요일에 게임할게요! (가르치는 용기)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어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이제 학습 면역력을 길러가는 아이들에게 공부란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완급조절이 필요한데 학원에서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게임하는 날을 정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우리 학원에서는 재미있게도 아이들이 직접 게임하는 날을 정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물론 그런 권한을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그중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한 달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학원에 나온 학생 2. 한 달 동안 한 번이라도 테스트에서 100점을 맞은 학생 3. 한 달 동안 숙제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해온 학생 그리고 게임의 1등에게는 아이들이 평.. 2022. 7. 25. 3. 아이들은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일까? (가르치는 용기) 아이들의 공부를 지도하다 보면 아이들이 하는 공통된 질문이 있다. 학원 운영을 오랜 시간 해오면서 지켜본 결과 그 어떤 학년에서도 이 질문이 안 나온 적이 없는데, 그 질문은 '선생님, 이 단어가 무슨 뜻이에요?, 이건 어떻게 풀어요?'이다. 아이들의 질문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나의 상황에 빗대어 보면, 한 가지는 정말 그 영어 단어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순수한 의미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그렇기에 선생님이 빨리 나에게 그 답을 주고, 내가 알게 되어서 당장 보이는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심리다. 생각해볼 점은 바로 이 두 번째 심리에 있다. 사실 이 문제는 꼭 단어 질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방법을 간단히 잘 설명하고 있는 문장이 있음에도 읽어보지 않은 채 그.. 2022. 7. 22. 2.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학생들 (가르치는 용기) 학생들은 나름의 스트레스가 많다. 특히 사춘기로 이어지는 시점이 오면 모든 것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어른이 되어본 입장에서 학생이라는 입장은 때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추억의 시점이지만, 스트레스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관적인 일이기에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어른들의 스트레스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가지는 공부 등의 생각과 마음의 변화들은 몇 가지 공통된 형태로 변해서 해소의 도구가 되는데 보통 남학생들은 게임에 빠진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그렇게 나름 단순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라포'라는 말이 있다. 이는 프랑스에서 온 말로 '다리를 놓다'라는 뜻인데, 관계의 형성을 중요하게 표현하는 단어이다. 이런 라포의 형.. 2022. 7. 19. 1.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한 가지 증거 (가르치는 용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은 비교적 어른들보다 단순하고 순수하기에 그 마음이 행동으로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반영된 순수한 행동을 선물 받게 되면 잔잔한 감동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시현이는 언제부터인가 학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에게 짧은 인사를 하자마자 자기 가방을 내려놓은 뒤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나에게 가방에서 꺼낸 선물을 내미는데 그것은 쌀과자이다. 선생님을 주고 싶어서 자기 집에 있던 쌀과자를 하나씩 가져오는 것이다. 쌀과자는 가방 안에 물건들과 함께 뒤엉켜 부서져있지만 선생님이 좋아한다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 쌀과자를 꺼내 나에게 내민다. 시현이는 .. 2022. 7. 18. 이전 1 ···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