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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리드 : 이야기126

썸네일-19. 에어컨 물 버리기 (가르치는 용기) 19. 에어컨 물 버리기 (가르치는 용기) 우리 학원의 에어컨은 옛날 방식(?)이다. 요즘은 학원이 상가의 높은 층에 있다 해도 에어컨에서 빠져나가는 물이 배수관으로 바로 흐를 수 있게 작업한다. 하지만 우리 학원은 에어컨 물을 학원 내부에서 따로 통에 받아 버린다. 에어컨 물이 받아지는 통은 학원 구석에 있는데,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옆자리에 앉은 학생은 고개를 조금만 움직이면 물이 얼마큼이나 차 있는지 확인할 수가 있다. 하루는 전날 바쁜 일정으로 물의 양을 확인하지 못하고 퇴근한 적이 있다. 그러고는 수업이 시작되었다. 혜인이는 그날도 어김없이 에어컨이 가까이 있는 구석 자리에 앉았는데 그곳은 혜인이가 좋아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수업 도중에 갑자기 혜인이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악!’ 그 시간에 있던 모두가 혜인이를 쳐다.. 2022. 9. 6.
썸네일-18.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이것을 없애라! (가르치는 용기) 18.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이것을 없애라! (가르치는 용기)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수업 시간에 시간을 확인한다. 내가 얼마나 공부했고, 얼마나 더 공부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습관화된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게 시간을 자주 확인하는 학생들의 집중력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다. 시간을 확인하는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발견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벽에 시계가 걸려있으면 수업 도중에 여러 번 그 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중 경준이는 특히 심했다. 하루는 경준이를 가만히 지켜봤는데, 수업 도중에 시간을 확인하는 횟수가 무려 10번이 넘었다. 당시에는 내 책상 뒤로 벽시계가 달려있었는데, 경준이가 시계를 보려 돌아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경준이가.. 2022. 9. 5.
썸네일-17. 분위기 메이커 (가르치는 용기) 17. 분위기 메이커 (가르치는 용기) 혜빈이는 우리 학원의 분위기 메이커이다. 처음 만난 초등학생 때에도, 사춘기가 한창 진행되던 중학생 때에도, 이제 공부 좀 진지하게 해 보겠다던 고등학생 때에도, 혜빈이는 언제나 밝은 분위기를 주도하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이러한 혜빈이의 밝은 성격은 같은 시간대에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특히 혜빈이의 외향적인 성격은 내향적인 친구들에게 전염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자기표현을 잘하지 못하거나 어떤 의견에 소극적인 친구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혜빈이의 긍정적인 부면들은 여러 친구의 공부하는 환경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자세까지 바꾸기 시작했다. 나는 혜빈이와 함께 수업하는 시간에 그룹 수업을 계획할 때면 언제나 혜빈이를 반장으로 추천했다. 그녀는 4명이 함께 했던 소수 내신.. 2022. 8. 30.
썸네일-16. 땀을 이겨내는 용기 있는 아이 (가르치는 용기) 16. 땀을 이겨내는 용기 있는 아이 (가르치는 용기) 긴장할 때 유독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이 있다. 남들보다 몸의 긴장감이 심해 일시적으로 땀이 나는 것인데, 이는 몸의 보호 작용 중 하나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무언가에 집중할 때, 또는 불편한 상황에 놓일 때 순간적으로 땀이 난다고 한다. 사실 이것은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닌데, 내가 바로 유독 땀이 많은 사람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나처럼 유독 땀이 많이 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선생님 앞에서 무언가를 확인받아야 할 때 그 긴장감이 땀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찬이는 심할 경우 달리기를 막 끝낸 사람처럼 얼굴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땀을 흘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땀이 흐르기 시작하면 땀이 흐른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그럼 그 신경이 더 땀.. 2022. 8. 29.
썸네일-1950년 제주의 정(情) 통합본 1950년 제주의 정(情) 통합본 1950년 제주의 정(情) 연재했던 '1950년 제주의 정' 1부부터 4부까지입니다. '1950년 제주의 정'은 도서 '제주'에 포함된 이야기로 아래의 링크를 통해 더 흥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나보세요. 전자책 출간 '제주'를 소개합니다. 세월은 언제나 뒤돌아보면 너무 빠르게 흐른다. 이제 내 나이는 어느덧 칠십 중반이 되었다. 이제 나는 가능한 대로 그때의 사람들과 함께 당시를 공유하며 이야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wannaread.tistory.com 1부 1950년 제주의 정(情) 1부 - 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1부 - 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1부 1948년, 제주 4.3 사건 직전 어느 날. 북제주군 광령리라는 곳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비교적 풍요로운 가정에서 .. 2022. 8. 26.
썸네일-1950년 제주의 정(情) 4부 - 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4부 - 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4부 어머니는 리장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 소는 우리가 키울 뿐 우리의 소가 아니라고. 아버지의 제자가 ‘맵소’로 가져온 것이라고 말이다. 또한, 현재 우리에게는 농부들에게 피해보상을 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소를 놓고 가면 기존에 소를 받았던 아버지의 제자에게 보상해야 하는데 그런 능력도 없다고 말했다. 리장은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마을 사람들이 다 잠들고 난 시간에 소를 몰래 끌고 가라고 제안했다. 잘 데리고 가는 것만 생각하고, 그 외의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하면서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잘 둘러대겠다는 말과 함께. 너무나 고마운 분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늦은 밤에 소를 계속 끌고 갈 수는 없었다. .. 2022. 8. 25.
썸네일-1950년 제주의 정(情) 3부 - 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3부 - 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3부 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한집 또 한집 물어보며 소를 찾기 시작했는데, 주인이 없는 소가 마을 ‘리장’ 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야기를 더 듣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에 말에 따르면 소를 찾는다고 해도 그 소가 마을에 농사지은 밭을 돌아다니며 농사를 다 망쳐놓았기에 그것을 배상하는 것이 소보다 더 많은 돈이 들 거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소를 찾기 위해 ‘리장’ 집을 찾아가서 외양간에 있는 소를 우선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리장’ 집에 도착했고, 외양간에 있는 소는 우리가 키우던 소가 맞았다. 드디어 우리 소를 찾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그 작은 송아지가 북제주로 팔려갔고,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큰 소가.. 2022. 8. 25.
썸네일-1950년 제주의 정(情) 2부 - 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2부 - 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2부 내 나이 십 대 초반이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우리 아버지의 제자였던 한 분이 소 한 마리를 가져왔다. 그 소를 잘 키워 새끼를 낳게 되면 ‘반타작’이라고 해서 그 값을 나눠 가지자는 것이었다. 당시 그러한 소를 ‘맵소’라고 불렀다. 그렇게 우리 집은 송아지 때 받은 소를 정성을 다해 키웠고, 소는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그런데 소가 커서 새끼를 낳을 때쯤 갑자기 소가 사라져 버렸다.. 당시 제주도에는 소나 말을 방목했기에 종종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잊어버린다 해도 이삼일 후면 찾는 경우가 많았고, 늦어도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소가 알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을 돌아다녀 보며 소를 찾아보기도 하고, 기다려보기도 했다. 하.. 2022. 8. 24.
썸네일-1950년 제주의 정(情) 1부 - 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1부 - 홍의범 1950년 제주의 정(情) 1부 1948년, 제주 4.3 사건 직전 어느 날. 북제주군 광령리라는 곳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나는 비교적 풍요로운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당시 알아주던 대구사범학교를 나와 교편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 제주 4.3 사건 때문에. 그렇게 나는 소중한 아버지를 매우 일찍이 잃어야만 했다. 그때부터 내 삶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1950년대 내가 살던 제주도에는 이웃 간의 정이 살아있는 따뜻한 시대였다. 일례로, 당시 제주도에는 사람들이 외출할 때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잘 아는 것처럼 제주도는 도둑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 2022. 8. 24.
썸네일-15.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학생들 (가르치는 용기) 15.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학생들 (가르치는 용기) 아이들의 공부를 보조해주기 위한 수단으로 학원 블로그가 있다. 블로그에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여러 정보가 있는데 아이들은 특강이나 과제를 해야 할 때 블로그를 자주 이용한다. 종종 수업 중에도 학생들이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특정 주제에 대한 링크를 보내주고는 하는데, 나는 학생들에게서 나타나는 문제점 한 가지를 발견했다. 하루는 혜란이가 수업 중에 내게 궁금한 점을 질문했고, 나는 마침 그 질문에 관한 내용의 포스팅을 마친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해당 링크를 보내주며 포스팅된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찾아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30초도 지나지 않아 혜란이는 내게 다시 질문했다. ‘선생님, 못 찾겠어요.’ 이는 혜란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많은 학생이 글을 천천히 읽어보는 것에.. 2022. 8. 23.
썸네일-14. 학원은 실패하는 곳 (가르치는 용기) 14. 학원은 실패하는 곳 (가르치는 용기) 아이들에게는 성공적인 결과로부터 오는 성취감이 중요한 만큼 실패를 극복해나가는 경험 또한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학원은 무수히 많은 실패를 해볼 수 있는 장소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진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테스트를 앞두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테스트인 데다가 친구 몇 명은 이미 그 테스트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크고 작은 시험마다 찾아오는 압박감은 진우에게 특별히 컸다. 학습 습관이 아주 좋았음에도 그 긴장감이 진우의 실력을 방해하고 있었다. 과정만큼이나 결과는 아이들에게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곧 그 아이의 자신감으로 누적되는데, 결과를 마주하는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은 좋은 결과로부터 오는 성취감을 크게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기대보다 낮은 점수에 크게.. 2022. 8. 22.
썸네일-13. 간단하게라도 말해주는 일 (가르치는 용기) 13. 간단하게라도 말해주는 일 (가르치는 용기) 선생님도 사람이기에 한계가 있다. 특히 다수의 학생과 함께 하는 시간에는 그 한계가 더 명확하게 드러날 때가 있다. 몸이 좋지 않거나, 순간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몰리는 상황이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 등이 발생하면 머릿속에 계획되어 있던 순서들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나는 가끔 아픈 채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날 역시 약을 먹었지만 약 기운이 느리게 퍼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첫 수업을 시작해야만 했다. 보통의 학원들처럼 우리 학원 역시 첫 시간에는 흥이 많고 질문도 많은 어린 친구들이 온다. 그날도 어김없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목소리가 높았다. 나는 모두를 불러서 조용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선생님이 오늘 몸이 좀 안 좋아. 그래서 여러분들이 평소보다 말을 좀 더 잘 들어줬으.. 2022.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