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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리드 : 이야기126

썸네일-12. 피곤해하는 학생들 (가르치는 용기) 12. 피곤해하는 학생들 (가르치는 용기) 하루는 유진이가 피곤한 얼굴로 학원에 들어왔다. 전날 과제가 많아 잠을 평소보다 늦게 잤다면서 학교에서도 졸려서 미칠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사실 그날은 중학교 2학년인 유진이뿐만 아니라 그 친구들 모두의 눈에 피곤함이 가득했던 날이다. 사실 중학생, 고등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면 이런 상황은 너무나도 흔하게 그리고 자주 겪는다. 나는 각자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시작하려 하는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아이들의 자세가 흐트러져있었고 속도가 느렸으며 하품도 여러 번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잠시 후 유진이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노트북을 학원 TV에 연결한 후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는 학원에 켜져 있는 모든 불을 껐다. ‘우리 20분만 쉬다 공부합시다!’ 아이들은 너.. 2022. 8. 15.
썸네일-11. 저 다음 주부터 여기 다녀요! (가르치는 용기) 11. 저 다음 주부터 여기 다녀요! (가르치는 용기) 초등학교 3학년인 한서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우진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서는 복도에서 1시간 동안 그 친구를 기다리곤 했는데, 우진이가 우리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한서는 그 친구가 공부할 시간이면 집에 가지 않고 학원 복도에서 핸드폰을 하면서 친구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나는 우연히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한서를 보았고 그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나는 한서에게 학원에 들어와서 기다려도 괜찮다고 말했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무척 더운 시기였고, 복도에는 앉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서는 그 어떤 학원도 다니지 않았기에 시간이 많았다. 따라서 집에 가는 것보다 친구를 기다렸다가 같이 놀고 집에 가는 일이 그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나는 한서를 볼 수 있었고, 무려.. 2022. 8. 9.
썸네일-10. 첫 시간에 공부하는 아이들만의 특권 (가르치는 용기) 10. 첫 시간에 공부하는 아이들만의 특권 (가르치는 용기) 저학년생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중 하나는 학원의 첫 시간에 온다는 것이다. 첫 시간이 가지는 장점은 앞 시간에 공부하는 학생들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초등학생 아이들은 학원에 5분에서 10분 전에 도착하는데, 저학년생들은 상황에 따라 마음만 먹으면 30분 전에도 도착할 수 있다. 우리 학원은 보통 2시부터 첫 수업이 시작되는데, 첫 시간의 아이들은 1시 30분부터 온다. 그 이유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아이들을 위한 보드게임 여러 개를 한쪽에다 쌓아두고 원하는 게임을 골라서 할 수 있게 하는데, 첫 시간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기 위해 학원에 좀 더 일찍 온다. 즉 수업하기 전 약 15분에서 30분 정도는 아이들이 학원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이다. 이것이 바로 첫 시간에 .. 2022. 8. 8.
썸네일-9. 같이 문제 만들기 (가르치는 용기) 9. 같이 문제 만들기 (가르치는 용기) 최고의 교육 효과는 누군가를 직접 가르쳐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준비해야 하고, 그 준비된 것들을 내 머릿속에 잘 정리해야 하고, 그것을 끄집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므로 그 효과는 정말 크다. 5학년 그룹 수업의 마지막 날,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8명 중 5명은 3개월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 있었고 그에 따른 결과도 좋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머지 3명은 우리가 함께 정한 합격 점수를 넘지 못했고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3명을 위한 복습반이 시작되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좀 더 스스로 배웠던 것들을 이해하면서 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복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3명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우리 .. 2022. 8. 5.
썸네일-8. 숙제 챙기기 (가르치는 용기) 8. 숙제 챙기기 (가르치는 용기) 기찬이의 집은 학원에서 가장 멀다. 집에서 걸어 학원에 오려면 약 40분이 걸린다. 기찬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친구인데, 오늘의 이야기는 기찬이가 6학년이던 해에 있었던 일이다. 기찬이는 가끔 숙제를 집에 두고 왔다. 기찬이의 말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결론은 늘 깜빡 잊어서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기찬이는 숙제를 집에 두고 왔고, 별일이 아닌 것처럼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기찬이에게 숙제를 잘 챙기는 것도 학습의 일부분임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기찬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찬아, 힘들겠지만 다시 집에 가서 숙제 가지고 와!’ 기찬이는 내가 숙제로 인해 몇몇 학생들을 다시 집으로 되돌리는 상황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본인의 집은 멀리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날 정작 본인.. 2022. 8. 2.
썸네일-7. 글씨를 보면 감정이 보인다. (가르치는 용기) 7. 글씨를 보면 감정이 보인다. (가르치는 용기) 아이들의 글씨는 다양하다.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가며 아주 예쁜 글씨를 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빠르게 대충 휘날려 써서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힘든 글씨를 써오는 아이들도 있다. 참고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랜 기간 아이들과 함께해본 결과 글씨는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이 더 예쁘게, 더 잘 정리된 형태로 써오는 것 같다. 글씨에는 아이들의 감정 상태가 담겨있다. 하루는 테스트를 앞두고 성욱이가 열심히 복습한 자료를 내게 가져왔다. 나는 성욱이의 복습 자료를 보면서 성욱이에게 물었다. ‘성욱아, 열심히 잘 해왔는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 ‘뭔데요?’ ‘너는 너의 이 글씨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 ‘네?’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성욱이는 바로 대답을 못 했지만 잠시 후 이렇게 대답했다. ‘좀.. 2022. 8. 1.
썸네일-6. 미세먼지에 따라 변하는 시세 (가르치는 용기) 6. 미세먼지에 따라 변하는 시세 (가르치는 용기)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학생들도 경제관념이 비교적 뚜렷한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어느 날 코인과 주식에 관한 이야기가 학원에서 흘러나와서 잠시 물어봤더니 부모님이 열어준 주식 계좌에 본인의 용돈을 넣어서 조금씩 투자해보고 있다는 중학생이 무려 절반이나 되었다. 학원에는 포인트 제도가 있다. 이는 아이들이 학습 과정이나 결과에 따라 일정의 포인트를 받게 되는 시스템으로 그 포인트로 맛있는 것을 사 먹기도 하고, 그 포인트를 통해 원하는 물건을 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포인트 제도를 좀 더 활용해보기로 했다. 미세먼지 수치는 요일마다, 시간마다 변한다. 그리고 쉽게 예측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 미세먼지 수치의 변동으로 매일 그 시세가 변하는 ‘클로버 주식’을 오픈했다. 미세먼지가 나쁨이 될수록 마이너스.. 2022. 7. 29.
썸네일-5.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 (가르치는 용기) 5.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 (가르치는 용기)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많은 부면에서 학원에 익숙해진다.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이어 다니고 있는 학생이든, 새롭게 학원으로 들어온 학생이든, 중학생이 되면 그동안 해왔던 여러 공부 방법들에 비교적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지환이는 중학교 2학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반장이다. 고맙게도 친구들은 지환이의 화끈한 리더십을 좋아한다. 우리는 길게는 1년간, 짧게는 3개월간의 학습 계획을 함께 세우는데, 이상하게도 여기에 선생님의 결정권은 없다. 1학년이던 지환이와 그 친구들이 2학년이 되는 해, 그 겨울 나는 그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함께 상의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이제 중2가 되는 학생들에게 이제까지 공부한 것들 중 도움이 되었던 것들이나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공부 방법을 골라보게 했다.. 2022. 7. 26.
썸네일-4. 다음 주 목요일에 게임할게요! (가르치는 용기) 4. 다음 주 목요일에 게임할게요! (가르치는 용기)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어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이제 학습 면역력을 길러가는 아이들에게 공부란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완급조절이 필요한데 학원에서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게임하는 날을 정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우리 학원에서는 재미있게도 아이들이 직접 게임하는 날을 정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물론 그런 권한을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그중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한 달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학원에 나온 학생 2. 한 달 동안 한 번이라도 테스트에서 100점을 맞은 학생 3. 한 달 동안 숙제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해온 학생 그리고 게임의 1등에게는 아이들이 평.. 2022. 7. 25.
썸네일-3. 아이들은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일까? (가르치는 용기) 3. 아이들은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일까? (가르치는 용기) 아이들의 공부를 지도하다 보면 아이들이 하는 공통된 질문이 있다. 학원 운영을 오랜 시간 해오면서 지켜본 결과 그 어떤 학년에서도 이 질문이 안 나온 적이 없는데, 그 질문은 '선생님, 이 단어가 무슨 뜻이에요?, 이건 어떻게 풀어요?'이다. 아이들의 질문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나의 상황에 빗대어 보면, 한 가지는 정말 그 영어 단어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순수한 의미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그렇기에 선생님이 빨리 나에게 그 답을 주고, 내가 알게 되어서 당장 보이는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심리다. 생각해볼 점은 바로 이 두 번째 심리에 있다. 사실 이 문제는 꼭 단어 질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방법을 간단히 잘 설명하고 있는 문장이 있음에도 읽어보지 않은 채 그.. 2022. 7. 22.
썸네일-2.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학생들 (가르치는 용기) 2.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학생들 (가르치는 용기) 학생들은 나름의 스트레스가 많다. 특히 사춘기로 이어지는 시점이 오면 모든 것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어른이 되어본 입장에서 학생이라는 입장은 때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추억의 시점이지만, 스트레스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관적인 일이기에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어른들의 스트레스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가지는 공부 등의 생각과 마음의 변화들은 몇 가지 공통된 형태로 변해서 해소의 도구가 되는데 보통 남학생들은 게임에 빠진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그렇게 나름 단순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라포'라는 말이 있다. 이는 프랑스에서 온 말로 '다리를 놓다'라는 뜻인데, 관계의 형성을 중요하게 표현하는 단어이다. 이런 라포의 형.. 2022. 7. 19.
썸네일-1.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한 가지 증거 (가르치는 용기) 1.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한 가지 증거 (가르치는 용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은 비교적 어른들보다 단순하고 순수하기에 그 마음이 행동으로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반영된 순수한 행동을 선물 받게 되면 잔잔한 감동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시현이는 언제부터인가 학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에게 짧은 인사를 하자마자 자기 가방을 내려놓은 뒤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나에게 가방에서 꺼낸 선물을 내미는데 그것은 쌀과자이다. 선생님을 주고 싶어서 자기 집에 있던 쌀과자를 하나씩 가져오는 것이다. 쌀과자는 가방 안에 물건들과 함께 뒤엉켜 부서져있지만 선생님이 좋아한다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 쌀과자를 꺼내 나에게 내민다. 시현이는 .. 2022. 7. 18.